에드워드 리의 책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그는 영문학 전공답게 제목인 '버터밀크 그래피티'의 뜻을 시적으로 설명한다. 버터밀크는 에드워드 리 풍 요리의 뿌리가 되는 미국 남부 요리의 주된 재료다. 그래피티는 그가 자란 1980년대 브루클린을 되살리는 예술 장르다. 에드워드 리가 책에 적은 것처럼 그들이 모여 '한국 요리와 (미국)남부 요리의 조합'으로 이어진다. 21세기는 좋은 것이 마구 섞이는 시대고, 섞일수록 좋은 시대다. 에드워드 리가 우승하며 그의 인생이 바뀐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가 했던 말인 '비빔 인간'도 그런 의미일 듯하다.
풀무원에서 새로 출시한 '풀무원지구식단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 도 아주 잘 섞인 음식이다. 이 음식의 뿌리는 에드워드 리가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선보여 극찬을 받은 '켄터키 두부 프라이드'다. 이 요리는 두부를 튀김 재료료 활용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모양으로 참신하게 조리했다. 켄터키 두부 프라이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동시에 여러 요소를 동시에 섞는 에드워드 리 스타일 그 자체다. 그는 집게로 두부를 눌러 닭다리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튀긴 두부에 닭 기름을 발라 닭의 향을 내고 간장 소스를 발랐다. 먹어보지 않아도 왠지 맛을 알 듯하기도 하고 맛을 상상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재미와 깊이가 함께 있는 요리다.
풀무원은 이 흥미로운 요리를 에드워드 리와 함께 정식 상품으로 개발했다. 에드워드 리에게는 감각과 기획이 있었고 풀무원에게는 대량생산의 노하우와 두부에 대한 전문성이 있었다. 담당자는 이 조합을 두고 '에드워드 리는 요리에 진심, 풀무원은 두부에 진심'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는 어떤 면에선 에드워드 리가 경연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버전보다 더욱 진화했다. 풀무원은 두부를 닭다리 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설비를 도입했다. 더 중요한 건 풀무원이 이미 닭고기의 식감을 상당 부분 재현한 결두부 제조 노하우가 있었다는 점이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통해 숙련된 두부 가공 노하우에 에드워드 리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더했다.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는 에드워드 리가 풀무원의 앰버서더가 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동 개발 제품이기도 하다.
방송은 2024년에 했는데 왜 발매는 최근에야 되었을까. 여기도 풀무원다운 차분함이 있다. 에드워드 리는 미국의 개인 요리사고 풀무원은 한국의 식품 제조 기업이다. 에드워드 리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풀무원의 제조 기준으로 맞추는 데에는 시간과 절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에드워드 리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풀무원이 풀무원 기준으로 제조한 뒤 에드워드 리의 피드백을 받으며 제대로 된 제품개발이 진행되었다. 내부에서는 '늦게 나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게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화제에 대응하기보다 퀄리티 높은 제품에 집중하는 풀무원의 성격이다.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의 의미 역시 단순 신제품보다 더 중요하다. 그 의미는 풀무원 지구식단 라인업의 방향성이다. 풀무원 지구식단은 100% 식물성(동식물성 미분류 원료 포함)이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통해 식물성 식단이라는 의미는 물론 맛까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다. 다만 세상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그래서 풀무원은 채식이 상징하는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살리면서도 더 넓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식물성 지향(Plant-Forward)' 콘셉트의 음식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리와 함께한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는 그 면에서 지구식단의범위를 한 발 넓힌 신제품이다.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와 기존 풀무원 지구식단의 미묘한 차이는 음식 안팎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일단 100 퍼센트 지구식단과 식물 지향성 지구식단은 패키지 색이 조금 다르다. 100% 식물성인 경우에는 제품명 뒤를 초록색 배경으로 처리하고, 식물지향성 제품의 경우에는 제품명 뒤를 보라색으로 처리해 시각적 차별화를 구현했다.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의 미묘한 차이는 실제 조리에서도 느껴진다. 완전 냉동상태에서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열자마자 느껴지는 극적인 차이는 없다. 조리 자체도 기존 제품 및 에어프라이어 음식과 다름없는 180도에 15분(아울러 3분 예열 권장)으로 똑같다. 대신 조리를 위해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자세히 보면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단초는 광택이다.
에어프라이어의 열을 받아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전에 볼 수 없었던 광택이 돌기 시작한다. 에드워드 리의 오리지널 레시피에 들어 있는 닭 기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조리가 끝나고 에어프라이어 문을 열면 풍겨나오는 냄새도 다르다. 기존의 프라이드 두부와는 다른 풍미의 냄새다. 닭 기름은 조금만 들어갔을 뿐인데, 마법이 일어난 듯한 기분이다.
맛은 거짓말 같다.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면 한 입 먹고 '이게 뭐지?' 라는 생각에 긍정적인 의미로 놀라게 되는 쉐프의 음식같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먹으면 정말 치킨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두부를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결두부 노하우 덕이다. 이러한 맛의 완성도를 위해 풀무원은 기존 시장을 치열하게 연구해 엄격하게 제품을 개선시켰다. 버섯 등 다른 고기 대체 소재가 아니라 식감 면에서 가장 고기와 유사한 두부를 고집했다. 두부를 사용했을 때의 기술적 난제인 콩 냄새를 잡기 위해서도 풀무원만의 기술적 처리를 거쳤다. 에드워드 리가 구현한 미국 남부식의 풍부한 감칠맛을 구현하기 위해 고수와 머스터드 분말 등을 약간 사용하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좋은 글은 글을 써보고 싶게 하는 글이다. 에드워드 리의 글에는 그런 힘이 있다. 이 음식에도 그 힘이 있다. 좋은 음식 역시 입에서 즐겁고 영양에서 좋은 걸 넘어 먹는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음식에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뭔가 다른 걸 만들어 볼까.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처럼 두부와 동물성 재료를 더하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풀무원이 또 그런 걸 만들어주지 않을까. 켄터키 스타일 프라이드 두부는 그런 기대를 하게 하는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