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을 꺼내 보고도 신기한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일반 런천미트에 비해 입자의 느낌이 조금 더 도드라진다. 조금 더 색이 짙은 알갱이도 있다. 햄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서 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콩으로 만들었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캠핑을 간다면 이런 부분이 눈에 띌 듯하다.
생 햄을 한입 먹어보면 간장 맛과 콩 맛이 들어오는 가운데 고기의 부드러운 느낌 대신 밀도 높은 무언가가 입 속에서 신기한 기분을 준다. 힘을 주어 씹으면 고기처럼 입자가 뭉그러지는 게 아니라 입자가 갈라지는 게 느껴진다. 밀도 높은 식물성 단백질을 씹는 것 같다. 남다른 식감과 달리 주된 간은 역시 짠 맛이다. 이 짠맛도 미묘하다. 고기 햄 특유의 기름진 짠맛보다는 한층 기름기가 덜하고, 동시에 이 짠맛 덕에 나도 모르게 '햄이다'라고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이 정도의 짭짤한 느낌을 위해 고심을 꽤 했다는 것이 지구식단 런천미트 담당자의 이야기다.
지구식단 런천미트의 이 균형감은 상당히 기분 좋다. 일반 햄과도 다르고 콩으로 만든 두부나 식물성 단백질의 대명사인 버섯과도 다르다. 제 3의 맛을 내는 제 3의 햄이라고 불러도 딱히 틀린 설명은 아닐 것 같다. 제 1의 햄은 고기가 90% 이상 들어간 고급 햄, 제 2의 햄은 고기 함유량이 50% 내외인 런천미트, 제 3의 햄이 콩을 원료로 약간의 간장 맛이 나는 이런 햄이다. 새로운 맛 장르가 하나 생긴 셈이다. |